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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살자(들)〉에 묻는다 — 역사적 비극을 다루는 창작의 책임

영화 〈암살자(들)〉에 제기해야 할 핵심 질문은 분명하다. 실제 인물과 사건을 바탕으로, 피해자의 남편이자 대통령이었던 인물을 사건의 배후로 의심하게 만드는 데 충분한 근거가 있는가?

역사적 사건에 의문을 제기하는 일은 가능하다. 그러나 기존 수사에 설명되지 않은 부분이 있다는 사실만으로 특정 인물의 범행 관여가 뒷받침되는 것은 아니다. 경호 실패와 수사의 미비, 사건 이후의 정치적 이용, 사전에 범행을 기획했다는 주장은 엄연히 다르다. 이 간격을 증거 대신 극적 장치와 감정으로 채운다면, 관객은 입증되지 않은 가설을 역사적 진실처럼 받아들일 수 있다.

“결론을 내리지 않고 질문만 던졌다”는 설명도 충분하지 않다. 영화는 대사뿐 아니라 장면의 배치, 인물의 표정, 음악과 편집으로 관객의 판단을 이끈다. 특정 인물을 배후로 의심하도록 구성했다면, 명시적인 단정이 없더라도 그 암시가 만들어내는 인상에 책임을 져야 한다.

무엇보다 이 사건은 실제 가족이 겪은 죽음이다. 가족을 잃은 유족에게 아버지가 어머니의 죽음에 관여했을지 모른다는 의혹까지 안기는 것은 극도로 무거운 일이다. 공적 인물에 대한 비판과 검증은 필요하지만, 그것이 근거 부족한 살인 관여 의혹을 가볍게 다뤄도 된다는 뜻은 아니다.

정치적 편향 역시 작품이 무엇을 강조하고 무엇을 생략하는지에서 따져야 한다. 기존 수사 결론을 뒷받침하는 자료는 약하게 다루고 정권 배후설에만 극적 설득력을 부여했다면, 그것은 단순한 의문 제기를 넘어 관객의 역사 인식을 특정 방향으로 유도하는 선택이다.

제작진은 답해야 한다. 배후설을 암시하는 장면들은 어떤 자료에 근거했는가? 확인된 사실과 창작한 설정을 관객이 구분할 수 있도록 했는가? 반대 증거를 성실하게 검토했는가? 유족에게 가해질 상처를 작품의 화제성과 흥행만큼 진지하게 고려했는가?

창작의 자유에는 비판받을 책임도 따른다. 실제 비극에 기대어 중대한 의혹을 제기했다면, “영화는 영화일 뿐”이라는 말로 그 무게를 덜 수 없다. 〈암살자(들)〉에 요구하는 것은 자신이 만들어낸 의심에 상응하는 근거와, 실제 사람의 삶과 죽음을 다루는 데 필요한 책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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